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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대한 하나의 교과서, 그냥 교과서.. (뇌, 생각의 출현 - 박문호)

우선, 이 책에 나와있는 수많은 지식들을 섭렵하고 그것을 정리한 저자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이 책에 대해 할 수 있는 좋은 말의 전부일 것이다.
최근에 뇌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 관련 서적을 찾던 중, 김종성의 <춤추는 뇌>에 이어 두 번째로 손에 잡은 책이 바로 이 <뇌, 생각의 출현> 이라는 책이다. 쉽게 쓰여진 <춤추는 뇌> 덕에 뇌과학에 대한 어느정도의 기본적인 지식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다음 순서로 보다 자세히 쓰여진 책을 읽고 싶었다. 그리하여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던 중 (출판사의 광고에 따르면)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통합했다는 이 책이 내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결국 2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이 책을 주문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책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완성한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물리학, 천문학, 생물학, 신경과학에 대한 한 권의 교과서' 일 뿐인 책이다.
저자는 30년간 다량의 독서를 통해서 엄청난 지식을 쌓았다. 그리고 그 엄청난 지식을 이 책 한권에 쏟아넣었고 결과적으로 방대한 분야를 아우르는 책 한권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저자가 범한 약간의 판단 착오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독자 또한 그 만큼의 지식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생전 처음 듣는 말들이 마치 앞에 설명했었던 듯 아무런 근거 없이 튀어나온다. 그래도 초반부의 우주의 생성에 관한 부분은 어느정도의 배경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겨우겨우 따라갈 수 있었지만, 2장 이후부터 계속 나오는 생물학 용어들에서 완전 넉다운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처음에는 내 부족한 생물학 지식을 탓하며 한줄한줄 꼼꼼히 읽고 그림도 차근차근 보며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2장의 뇌의 구조를 설명하는 부분부터는 완전히 패닉 상태가 되어버렸다. 마치 의대생들이 공부하는 해부학 책에서나 나올 법한 용어들이 한 페이지에 수십 개씩 쏟아져 나오는데 그에 대한 특별한 설명이 없거나 설명이 있다 하더라도 전후 맥락 없는 그 부위의 기능 정도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파페츠 회로는 대뇌피질 변연엽의 해마에서 시작하죠. 그러고 나서 가는 곳이 간뇌 바닥의 유두체(mammillary), 다시 유두체에서 유두시상로(mammillothalamic tract)로 갑니다. 뇌 해부학에서 '무슨무슨 신경로'라고 일컫는 것들은 모두 축삭의 다발입니다. 그다음 유두시상로에서 간뇌의 시상전핵(thalamic anterior nuclear) 부분으로 갑니다. 시상전핵에서 가는 곳은 시상피질방사(thalamocortical fiber), 즉 신경섬유다발이죠... (p.168)
이런 설명은 뇌의 구조와 각 명칭, 그리고 그 명칭에 따른 뇌 상의 위치가 머리속에 확실히 저장되어 있어야만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런 항상성 시스템의 대부분은 의식화되지 않는 자동적 신경회로 수준에서 일어납니다. 심지어 어떤 회로들은 전전두엽을 쓰고는 있지만 무의식적 반사 동작일 수 있죠. 무의식적인 뇌의 상태. 코흐(Christof Koch, 1956~)의 이론에서 좀비( Zombie) 시스템이 바로 이겁니다. (p.397)
위와 같은 부분도 있다. '코흐의 이론'을 알고서 이 책을 읽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는지 알 수 없으나, 나의 경우에는 이 문장이 그다지 와닿지 않았고 이 부분의 앞 뒤 어디를 살펴봐도 코흐의 이론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이런 내용들을 볼 때마다 '아하!' 하는 명쾌함을 느끼기 보다는 답답함만 증가할 뿐이다.
또, 책의 초반(혹은 중반)부에 옹스트롬(Å)이라는 단위를 사용한 부분이 있다. 나는 전공 수업 시간에 이 단위를 들은 적이 있어서 이것이 길이의 단위라는 것을 대충 알고 있었지만 자주 쓰는 단위가 아니다 보니 정확히 어느 정도의 길이를 뜻하는 지가 언뜻 떠오르지 않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는데, 이 책의 뒤에서 두 번째 장인 22강에서야 옹스트롬이란 단위에 대한 설명(옹스트롬, 빛의 파장을 재는 데 쓰는 길이의 단위로 1Å은 10^-10m - p.441)을 덧붙이고 있다. 사소한 실수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하나의 실수에서도 독자는 '배려받지 못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법이다.
나의 부족함 탓일 수도 있겠으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뇌과학과 물리학, 천문학, 그리고 인문학(인문학적 내용이 책의 어느 부분에 많이 나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이 통합된다는 것을 느끼기 보다는, 저자가 '나 이런 것도 안다~' 하고 난체하는 듯한 느낌을 훨씬 더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지난 겨울 학기, 현대물리학 시험 문제에 나왔던 E=mc^2 공식의 유도가 나와 있는 부분에서는 혀를 내둘렀다. 과연 비전공자가 그 공식 유도과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알 수 있지?'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딱 거기까지. 저자는 자신이 알고 느낀 것을 독자도 같이 느낄 수 있도록 독자를 친절히 이끌어주지 못했으며 결과적으로 독서 후에 저자와 독자의 괴리감만 더 깊어진 꼴이 되었다. 저자가 스스로 공부를 하면서 이러한 여러 학문의 통합에서 오는 경이를 얼마나 느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에게는 저자의 글은 남긴 사진이 없는 남의 단조로운 여행담을 듣는 것과 비슷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감동받지 못한 것은 나의 무지 탓이겠으나, 글쎄... 진정 훌륭한 책이라면 이런 무지한 독자들 마저도 함께 보듬어서 저자가 느꼈던 것과 같은 학문적 경이를 느끼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이 책의 한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책의 서평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이에 덧붙여서 양질의 정보, 양질의 책을 선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고 합니다. 어렵지만 피해 갈 수 없는 기본 학습량을 습득하는 학습 독서만이 우리의 학습 근육을 강화시켜줍니다. 언젠가 하버드 대학 총장이 졸업생들에게 강연한 것을 글로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 교육의 최종 목표는 좋은 책인지 그저 그런 책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좋은 정보, 좋은 책을 구별할 수 있을 때부터 학습에 가속이 붙습니다. (p.48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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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ㅂ 2008/12/25 1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쉽지않은 내용이지만 이해하지 못할 내용도 아니었다.
E=mc^2 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은 수학(미분)에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다.-
스콜 2008/12/25 2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책이 어렵거나 쉬운 것은 독자의 (그 책에 나오는 내용에 관한) 배경지식이 얼마인지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을 읽는 사람 중에는 미분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서 이 책에 대한 이해도 또한 달라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책을 쓰는 입장에서 모든 독자를 고려해서 쓸 수는 없습니다. 독자가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있다는 전제를 해야 저자가 원하는 논의를 자유롭게 펼쳐나갈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 책은 전공책이 아닙니다. 이 책의 주 독자층은 뇌과학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이며 저 또한 거기에 포함됩니다. 보통의 독자들은 뇌과학이나 생물학, 해부학, 현대물리학 등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독자들에게 E=mc^2 라는 공식의 유도과정까지 소개하는 것은 (독자가 그 내용을 이해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다소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공식 유도과정은 관심만 있다면 언제든지 현대물리학 책 등을 찾아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저자 자신의 생각도 아닌 단순한 공식 유도를 굳이 비싼 지면을 할애해 가면서까지 쓸 필요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이 부분이 빠진다고 해서 책의 흐름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책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친절하지 못한 책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은 전공책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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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이 절실히 필요한
나의 요즘 나날들.
Give me more dopamine.. plea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