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 -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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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1/14 뇌과학이라는 안경을 통해서 만나는 스피노자 (스피노자의 뇌 - 안토니오 다마지오) (2)
- 2009/01/01 해와 해의 구분
- 2009/01/01 새해 첫 꿈
뇌과학이라는 안경을 통해서 만나는 스피노자 (스피노자의 뇌 - 안토니오 다마지오)

이 책은 미국의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뇌과학을 연구하고 있는 안토니오 다마지오라는 사람이 스피노자의 사상과 최근 급속한 발전을 이룬 뇌과학을 연관지어 쓴 책이다(원제는 <Looking for Spinoza : Joy, Sorrow, and the Feeling Brain>).
나는 이 책을 읽기 한참 전부터 스피노자의 사상을 (정확히는 아닐지라도) 알고 있었고, 또 좋아했다. 최근에 뇌과학 관련 책들을 살펴보다가 이 책을 고른 이유 중 하나도 바로 내가 스피노자를 좋아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 책의 제목은 나에게 '대체 스피노자와 뇌과학이 어떠한 연관 관계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고 그 궁금증은 결국 내가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정서(emotion)와 느낌(feeling)이라는 개념(혹은 현상)을 바탕으로 최근의 뇌과학 연구 성과들을 이용하여 정신과 육체는 구분되어 나누어지는 것이 아님을, 실제로 정신 또한 물리적인 현상임을 주장한다. 이는 17세기에 스피노자가 주장했던 '심신평행론'과 맥락을 같이하며 책의 곳곳에서 뇌과학적 사실과 스피노자 사상의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다. 진화론적으로 인간은 생존을 위한 보다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하여 기쁨/슬픔의 정서가 발달하였고 이는 스피노자가 얘기하는 기쁨/슬픔과 다르지 않다. 곧, 생명을 존속시키기 위해서 인간은 기쁨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자연스러운(본성적인) 노력을 하게 되는데, 이 역시 스피노자의 코나투스라는 개념과 대응된다1). 이러한 이론들을 설명하기 위하여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문헌들을 통한 많은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고, 이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든든한 근거가 되고 있다.
뇌과학이라는 안경을 통해서 만나는 스피노자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웠다. 예전에 <에티카>를 읽으면서 애매하게 느끼고 넘어갔던 내용, 혹은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넘어갔던 내용 중 새롭게 이해되는 부분이 많았다. 뇌과학으로 인하여 스피노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으며, 반대로 스피노자를 통해서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한 이해를 보다 확실히 할 수도 있었다(뇌과학이라는 안경은 스피노자의 사상을 보다 잘 볼 수 있게 특수 제작된 안경일 지도 모른다). 뇌과학이 무엇인지도 몰랐을 스피노자의 생각이 삼백여년 후에 가장 널리 믿어지게 되는 과학의 많은 부분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스피노자의 통찰력이 빛났고, 그러한 연관성을 구체적으로 찾아낸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통찰력도 빛났다.
이 책을 마지막으로 뇌과학에 대한 독서는 당분간 접을 생각이다. 김종성 - 이 책의 감수자이기도 한 - 의 <춤추는 뇌>로 시작했던 뇌를 탐구하는 나의 짧은 여정은 여기서 끝을 맺는다. 뇌에 관해서 많은 책을 읽은 것도 아니고 아직 뇌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지만, 한 가지 만은 분명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바로 앞으로의 철학은 뇌과학을 무시하고선 절대로 얘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
뇌과학은 기존의 철학에 있어서 베일에 싸여 있던 많은 부분을 벗겨주었고 지금도 벗겨나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마도 미래의 철학은 지금까지의 철학적 사유와 과학적 사유가 통합되는 그 어떤 모양새를 가지게 될 것이다. (과학이 철학에서 떨어져 나온지 몇 백년만에 다시 이들이 만난다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과학적으로 렌즈를 깎던 스피노자가 철학자였던 것처럼 철학과 과학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리고 그 관계는 보다 풍부한 지적 유산을 낳을 것이다.
덧. 이 책은 스피노자의 기본적인 사상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에티카>를 읽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스피노자 사상을 이해하고 있어야 책을 보다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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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영계 교수가 번역한 <에티카>(서광사)에는 이 코나투스(conatus)가 '노력'이라는 단어로 번역되어 있다.
새해 첫 날.
오늘부터는 열심히 부지런하게 제대로 살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서 라디오 영어 방송을 틀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7시까지 방송을 듣고난 후, 결국 쏟아지는 잠을 견디지 못하고 개지 않은 이불 속으로 다시 들어가버렸다. 덕분에 새해 첫 날의 정상적인 생활은 거의 정오에 가까워서야 시작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아침에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었던 서너시간 동안 꿈을 꾸었다.
장소는 우리 학교 중앙도서관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꿈에 나오는 장소들이 대개 그렇듯이 이번 꿈에 나온 도서관 역시 그 모습이 실제의 모습과 비교해서 많이 왜곡되어 있었다). 도서관에 열 개도 넘는 쓰레기통이 일렬로 줄지어 있었는데 그 쓰레기통 각각의 뒤쪽에 포도를 따먹을 수 있도록 포도가 담긴 봉투가 놓여있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그 포도들의 크기가 보통이 아니었다(역시 늘 그렇듯이 꿈 속에서는 전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지나가며 거기에 있는 포도를 한두 알씩 따먹곤 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포도송이가 마치 가정용 크리스마스 트리를 뒤집어 놓은 것 처럼 컸고, 포도알 하나는 작게는 자두 한 개 크기에서 크게는 작은 복숭아만 했다. 나도 포도알 두 개 쯤을 따먹었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씨가 없었고 맛이 시지 않고 달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사람들이 포도알 한두 개만 먹고 지나가는 걸 봤지만 나는 갑자기 욕심이 생겨서 거기 있는 포도송이 하나를 가져(훔쳐?) 왔다. 포도송이를 오른쪽 어깨에 메고 돌아다녔었는데 송이가 어찌나 길었던지 그 끝부분이 오른발에 밟혀서 꽤나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이 포도를 메고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학교 친구를 보았는데 포도를 달라고 할까봐 애써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결국 그 친구는 나를 못보고 지나쳐 갔고, 나는 포도를 메고 학교 안에서 여행(?)을 계속 하다가 내 친구(누군지 모르는 친구)가 듣는 어떠한 실습 수업(연극 혹은 어떠한 공연과 관련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을 청강 했다. 그 수업 가운데 소품 설치 중에 몸을 쓰는 일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포도를 잠시 바닥에 내려두고 그 일을 하던 중 잠이 깨었다. (어느 순간에 잠이 깨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내 꿈 속의 기억은 여기까지이다.)
'참 이상한 꿈이야' 라고 생각하고 어머니와 꿈에 대한 얘기를 잠시 나눈 후 방에 다시 돌아와 이불 속에서 책을 읽는데, 방에 산소가 부족한 탓인지 또다시 졸음이 밀려왔다. 결국 책을 옆에 밀어두고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 쓴채 옆으로 돌아누워 새해 아침의 두 번째 수면에 들어갔다.
방금 전의 꿈과 어느 부분은 이어졌고 어느 부분은 이어지지 않는 꿈이 REM수면 상태의 내 머릿속에 그려졌다. 앞의 꿈에 나왔던 많은 친구들이 다시 나왔으나 포도는 없었고 시간이 오후 쯤이었는데 더 늦은 오후에 무언가 약속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첫 번째 꿈과는 달리 두 번째 꿈은 기억이 분명하지 않은데, 그 중 한 가지 분명하게 기억이 나는 것은 그 친구들과 함께 첫 번째 꿈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혹시 포도와 관련된 꿈을 꾼 적이 있어?' 라고 내가 그 친구들에게 물었고, 그 친구들은 그 꿈에 대한 나름의 해몽을 해주었다. 친구가 해준 해몽의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으나 굉장한 길몽임을 기대하던 나의 생각을 약간은 꺾는 그런 해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쁜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굉장히 좋은 그런 것도 아닌.. (두 번째 꿈의 이 뒷부분 역시 기억이 희미하다. 아마도 바로 잠을 깼기 때문일 것이다.)
새해 아침부터 큰 포도가 나오고 꿈에서 꿈을 얘기하는 이상한 꿈을 꾸었으나 이 꿈들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혹은 정신분석적으로 어떠한 상징을 담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이렇게 꿈의 내용을 블로그에 적는 것은 단순히 새해 첫 날에 겪은 특별한(?)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기 때문이다.
혹, 올해가 지나고 2010년 1월이 되어 이 기록을 다시 본다면 이 꿈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중에 깨닫게 될 그 '진정한 의미'라는 것도 내가 올 한 해 겪게 될 경험과 이 꿈의 내용을 억지로 결부시킨 것일 테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