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 5건
- 2009/01/14 뇌과학이라는 안경을 통해서 만나는 스피노자 (스피노자의 뇌 - 안토니오 다마지오) (2)
- 2008/12/15 뇌에 대한 하나의 교과서, 그냥 교과서.. (뇌, 생각의 출현 - 박문호) (2)
- 2007/01/06 anti-religion 2종 세트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세 명의 사기꾼)
- 2006/05/31 그들만의 세상 (IIT 사람들 - 산디판 데브) (3)
- 2006/05/14 수학은 나의 생활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 - 김정희)
뇌과학이라는 안경을 통해서 만나는 스피노자 (스피노자의 뇌 - 안토니오 다마지오)

이 책은 미국의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뇌과학을 연구하고 있는 안토니오 다마지오라는 사람이 스피노자의 사상과 최근 급속한 발전을 이룬 뇌과학을 연관지어 쓴 책이다(원제는 <Looking for Spinoza : Joy, Sorrow, and the Feeling Brain>).
나는 이 책을 읽기 한참 전부터 스피노자의 사상을 (정확히는 아닐지라도) 알고 있었고, 또 좋아했다. 최근에 뇌과학 관련 책들을 살펴보다가 이 책을 고른 이유 중 하나도 바로 내가 스피노자를 좋아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 책의 제목은 나에게 '대체 스피노자와 뇌과학이 어떠한 연관 관계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고 그 궁금증은 결국 내가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정서(emotion)와 느낌(feeling)이라는 개념(혹은 현상)을 바탕으로 최근의 뇌과학 연구 성과들을 이용하여 정신과 육체는 구분되어 나누어지는 것이 아님을, 실제로 정신 또한 물리적인 현상임을 주장한다. 이는 17세기에 스피노자가 주장했던 '심신평행론'과 맥락을 같이하며 책의 곳곳에서 뇌과학적 사실과 스피노자 사상의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다. 진화론적으로 인간은 생존을 위한 보다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하여 기쁨/슬픔의 정서가 발달하였고 이는 스피노자가 얘기하는 기쁨/슬픔과 다르지 않다. 곧, 생명을 존속시키기 위해서 인간은 기쁨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자연스러운(본성적인) 노력을 하게 되는데, 이 역시 스피노자의 코나투스라는 개념과 대응된다1). 이러한 이론들을 설명하기 위하여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문헌들을 통한 많은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고, 이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든든한 근거가 되고 있다.
뇌과학이라는 안경을 통해서 만나는 스피노자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웠다. 예전에 <에티카>를 읽으면서 애매하게 느끼고 넘어갔던 내용, 혹은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넘어갔던 내용 중 새롭게 이해되는 부분이 많았다. 뇌과학으로 인하여 스피노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으며, 반대로 스피노자를 통해서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한 이해를 보다 확실히 할 수도 있었다(뇌과학이라는 안경은 스피노자의 사상을 보다 잘 볼 수 있게 특수 제작된 안경일 지도 모른다). 뇌과학이 무엇인지도 몰랐을 스피노자의 생각이 삼백여년 후에 가장 널리 믿어지게 되는 과학의 많은 부분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스피노자의 통찰력이 빛났고, 그러한 연관성을 구체적으로 찾아낸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통찰력도 빛났다.
이 책을 마지막으로 뇌과학에 대한 독서는 당분간 접을 생각이다. 김종성 - 이 책의 감수자이기도 한 - 의 <춤추는 뇌>로 시작했던 뇌를 탐구하는 나의 짧은 여정은 여기서 끝을 맺는다. 뇌에 관해서 많은 책을 읽은 것도 아니고 아직 뇌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지만, 한 가지 만은 분명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바로 앞으로의 철학은 뇌과학을 무시하고선 절대로 얘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
뇌과학은 기존의 철학에 있어서 베일에 싸여 있던 많은 부분을 벗겨주었고 지금도 벗겨나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마도 미래의 철학은 지금까지의 철학적 사유와 과학적 사유가 통합되는 그 어떤 모양새를 가지게 될 것이다. (과학이 철학에서 떨어져 나온지 몇 백년만에 다시 이들이 만난다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과학적으로 렌즈를 깎던 스피노자가 철학자였던 것처럼 철학과 과학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리고 그 관계는 보다 풍부한 지적 유산을 낳을 것이다.
덧. 이 책은 스피노자의 기본적인 사상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에티카>를 읽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스피노자 사상을 이해하고 있어야 책을 보다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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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영계 교수가 번역한 <에티카>(서광사)에는 이 코나투스(conatus)가 '노력'이라는 단어로 번역되어 있다.
뇌에 대한 하나의 교과서, 그냥 교과서.. (뇌, 생각의 출현 - 박문호)

우선, 이 책에 나와있는 수많은 지식들을 섭렵하고 그것을 정리한 저자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이 책에 대해 할 수 있는 좋은 말의 전부일 것이다.
최근에 뇌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 관련 서적을 찾던 중, 김종성의 <춤추는 뇌>에 이어 두 번째로 손에 잡은 책이 바로 이 <뇌, 생각의 출현> 이라는 책이다. 쉽게 쓰여진 <춤추는 뇌> 덕에 뇌과학에 대한 어느정도의 기본적인 지식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다음 순서로 보다 자세히 쓰여진 책을 읽고 싶었다. 그리하여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던 중 (출판사의 광고에 따르면)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통합했다는 이 책이 내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결국 2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이 책을 주문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책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완성한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물리학, 천문학, 생물학, 신경과학에 대한 한 권의 교과서' 일 뿐인 책이다.
저자는 30년간 다량의 독서를 통해서 엄청난 지식을 쌓았다. 그리고 그 엄청난 지식을 이 책 한권에 쏟아넣었고 결과적으로 방대한 분야를 아우르는 책 한권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저자가 범한 약간의 판단 착오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독자 또한 그 만큼의 지식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생전 처음 듣는 말들이 마치 앞에 설명했었던 듯 아무런 근거 없이 튀어나온다. 그래도 초반부의 우주의 생성에 관한 부분은 어느정도의 배경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겨우겨우 따라갈 수 있었지만, 2장 이후부터 계속 나오는 생물학 용어들에서 완전 넉다운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처음에는 내 부족한 생물학 지식을 탓하며 한줄한줄 꼼꼼히 읽고 그림도 차근차근 보며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2장의 뇌의 구조를 설명하는 부분부터는 완전히 패닉 상태가 되어버렸다. 마치 의대생들이 공부하는 해부학 책에서나 나올 법한 용어들이 한 페이지에 수십 개씩 쏟아져 나오는데 그에 대한 특별한 설명이 없거나 설명이 있다 하더라도 전후 맥락 없는 그 부위의 기능 정도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파페츠 회로는 대뇌피질 변연엽의 해마에서 시작하죠. 그러고 나서 가는 곳이 간뇌 바닥의 유두체(mammillary), 다시 유두체에서 유두시상로(mammillothalamic tract)로 갑니다. 뇌 해부학에서 '무슨무슨 신경로'라고 일컫는 것들은 모두 축삭의 다발입니다. 그다음 유두시상로에서 간뇌의 시상전핵(thalamic anterior nuclear) 부분으로 갑니다. 시상전핵에서 가는 곳은 시상피질방사(thalamocortical fiber), 즉 신경섬유다발이죠... (p.168)
이런 설명은 뇌의 구조와 각 명칭, 그리고 그 명칭에 따른 뇌 상의 위치가 머리속에 확실히 저장되어 있어야만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런 항상성 시스템의 대부분은 의식화되지 않는 자동적 신경회로 수준에서 일어납니다. 심지어 어떤 회로들은 전전두엽을 쓰고는 있지만 무의식적 반사 동작일 수 있죠. 무의식적인 뇌의 상태. 코흐(Christof Koch, 1956~)의 이론에서 좀비( Zombie) 시스템이 바로 이겁니다. (p.397)
위와 같은 부분도 있다. '코흐의 이론'을 알고서 이 책을 읽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는지 알 수 없으나, 나의 경우에는 이 문장이 그다지 와닿지 않았고 이 부분의 앞 뒤 어디를 살펴봐도 코흐의 이론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이런 내용들을 볼 때마다 '아하!' 하는 명쾌함을 느끼기 보다는 답답함만 증가할 뿐이다.
또, 책의 초반(혹은 중반)부에 옹스트롬(Å)이라는 단위를 사용한 부분이 있다. 나는 전공 수업 시간에 이 단위를 들은 적이 있어서 이것이 길이의 단위라는 것을 대충 알고 있었지만 자주 쓰는 단위가 아니다 보니 정확히 어느 정도의 길이를 뜻하는 지가 언뜻 떠오르지 않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는데, 이 책의 뒤에서 두 번째 장인 22강에서야 옹스트롬이란 단위에 대한 설명(옹스트롬, 빛의 파장을 재는 데 쓰는 길이의 단위로 1Å은 10^-10m - p.441)을 덧붙이고 있다. 사소한 실수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하나의 실수에서도 독자는 '배려받지 못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법이다.
나의 부족함 탓일 수도 있겠으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뇌과학과 물리학, 천문학, 그리고 인문학(인문학적 내용이 책의 어느 부분에 많이 나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이 통합된다는 것을 느끼기 보다는, 저자가 '나 이런 것도 안다~' 하고 난체하는 듯한 느낌을 훨씬 더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지난 겨울 학기, 현대물리학 시험 문제에 나왔던 E=mc^2 공식의 유도가 나와 있는 부분에서는 혀를 내둘렀다. 과연 비전공자가 그 공식 유도과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알 수 있지?'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딱 거기까지. 저자는 자신이 알고 느낀 것을 독자도 같이 느낄 수 있도록 독자를 친절히 이끌어주지 못했으며 결과적으로 독서 후에 저자와 독자의 괴리감만 더 깊어진 꼴이 되었다. 저자가 스스로 공부를 하면서 이러한 여러 학문의 통합에서 오는 경이를 얼마나 느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에게는 저자의 글은 남긴 사진이 없는 남의 단조로운 여행담을 듣는 것과 비슷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감동받지 못한 것은 나의 무지 탓이겠으나, 글쎄... 진정 훌륭한 책이라면 이런 무지한 독자들 마저도 함께 보듬어서 저자가 느꼈던 것과 같은 학문적 경이를 느끼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이 책의 한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책의 서평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이에 덧붙여서 양질의 정보, 양질의 책을 선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고 합니다. 어렵지만 피해 갈 수 없는 기본 학습량을 습득하는 학습 독서만이 우리의 학습 근육을 강화시켜줍니다. 언젠가 하버드 대학 총장이 졸업생들에게 강연한 것을 글로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 교육의 최종 목표는 좋은 책인지 그저 그런 책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좋은 정보, 좋은 책을 구별할 수 있을 때부터 학습에 가속이 붙습니다. (p.48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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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ㅂ 2008/12/25 1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쉽지않은 내용이지만 이해하지 못할 내용도 아니었다.
E=mc^2 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은 수학(미분)에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다.-
스콜 2008/12/25 2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책이 어렵거나 쉬운 것은 독자의 (그 책에 나오는 내용에 관한) 배경지식이 얼마인지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을 읽는 사람 중에는 미분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서 이 책에 대한 이해도 또한 달라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책을 쓰는 입장에서 모든 독자를 고려해서 쓸 수는 없습니다. 독자가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있다는 전제를 해야 저자가 원하는 논의를 자유롭게 펼쳐나갈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 책은 전공책이 아닙니다. 이 책의 주 독자층은 뇌과학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이며 저 또한 거기에 포함됩니다. 보통의 독자들은 뇌과학이나 생물학, 해부학, 현대물리학 등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독자들에게 E=mc^2 라는 공식의 유도과정까지 소개하는 것은 (독자가 그 내용을 이해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다소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공식 유도과정은 관심만 있다면 언제든지 현대물리학 책 등을 찾아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저자 자신의 생각도 아닌 단순한 공식 유도를 굳이 비싼 지면을 할애해 가면서까지 쓸 필요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이 부분이 빠진다고 해서 책의 흐름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책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친절하지 못한 책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은 전공책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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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religion 2종 세트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세 명의 사기꾼)

<세 명의 사기꾼>, 스피노자의 정신 (저자 미상)
사람들이 어떠한 새로운 것을 접할 때, 보통 그는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그것을 접하게 된다. 그것을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 혹은 그것을 거부하려는 마음가짐, 그리고 (드물긴 하지만) 완전히 중립적인 마음가짐. 사람들은 이 세 가지 중의 한 상태에 있는 채로 그 새로운 것을 감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책들을 읽는 사람들도 크게 두 가지 마음 상태 중의 하나를 갖고 책을 읽게 될 것이다. (책 자체가 그리 재미있는 책은 아닌지라 종교에 아무런 관심 없는 '중립적인 상태'의 사람은 굳이 이런 책을 찾아서 읽진 않을 것 같다. 물론 꼭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종교인이라면 이 책 제목을 보는 즉시 거부감이 생길 것이고, 종교를 싫어하는, 아니 적어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종교인보다는 훨씬 관대하게 이 책들을 대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인해 이 책에 대한 평가가 '별 하나'와 '별 다섯'으로 나뉘게 된다.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는 종교에 관한 러셀의 에세이들을 모아서 출간한 책이고, <세 명의 사기꾼>은 17-18세기에 출판된 저자 미상의 책이다('스피노자의 정신'은 초기 출판시 책의 제목이다). 다른 시대에 쓰여진 두 책이지만, 이 책들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종교를 비판한다'는 점과 그 근거로 '논리적인 사고'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교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서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결론 또한 다르며 정해진 답은 없기에 그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 두 책들을 읽는 내내 지속적으로 들었던 생각. 학교 벤치에서 조금 쉬어보려고 하면 어김없이 다가오는 '그들'에게 꼭 이 책들을 읽어보라고, 딱 그들이 내게 성경을 권하는 만큼만 얘기해주고 싶다는 것.
그들만의 세상 (IIT 사람들 - 산디판 데브)

앞으로 내가 꾸준히 살아나가야 할 공학도로서의 생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음을 느끼고 있던 중,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IIT 사람들"
IIT 라는 생소한 단어를 보고 고민하다가, IIT가 MIT와 비슷한 이름의 인도의 공과대학(IIT : India Institute of Technology)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데에는 채 몇 초가 걸리지 않았다(물론 일리노이 공대를 IIT(Illinois Institute of Technology)라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도라 하면 실리콘 밸리를 쥐고 흔드는 머리좋은 사람들이 많은 나라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이 책에 대한 나의 관심은 단번에 증가했다. 그 날은 가방이 무거워서 책을 빌리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책을 발견하고는 별 망설임도 없이 책을 빌린 후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부터 읽기 시작했다. 무거워진 가방 때문에 지친 어깨를 주물러가며.
그렇게 힘들여가며(?) 빌린 책이건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은 내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공학의 여러 분야들, 공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습관 내지는 공부 방식, 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의 생활 등의 내용을 기대하며 이 책을 보았으나, 그런 것들은 아주 조금, 그것도 아주 단편적으로 밖에 나오지 않았다. 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내용은 IIT를 나온 사람들의 경제력, 능력, 영향력을 칭찬하는 것들일 뿐, 다른 나라의 다른 학교에서 공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은 별로 없었다. 단지 '성공한' 그들의 이야기를 보며 어느 정도의 자극은 받을 수는 있겠지만, 책 속에 들어있는 '그들의 성공은 IIT의 특수한 환경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내용은 그나마 받을 수 있는 자극마저 앗아가 버리는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IIT를 나온, 공학과 관련 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는 저자가 쓴 책에서 개인적인 감정을 뺀, 공학에 대한 보편적인 내용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을까? 결국 이 책을 3분의 2정도 읽고 나서, 책을 덮고 다시 도서관에 반납할 수 밖에 없었다.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전교1등'을 보며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물론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새로운 사실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들인 시간에 비해서 얻은 것은 굉장히 적다. 그들만의 세상에 대한 그들만의 자부심, 그들만의 자랑을 들어주느라 진이 다 빠져버렸으니 말이다.
공학에 대한 전공지식 외적 내용을 다룬 책의 부족함을 다시한번 절실히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수학은 나의 생활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 - 김정희)

꼭 공부를 해야만 하는 어떠한 과목 혹은 학문에 대한 흥미가 없어서 그 공부가 너무 힘겨울 때, 그럴 때는 그 학문에 대한 배경적인 접근을 시도하면서 흥미가 붙는 경우가 종종 있다. 흥미도 쌓여서 좋고, 배경지식도 늘어나서 공부를 하는데 훨씬 수월해지기도 한다.
내가 이 책을 빌린 이유는 위와 같은 이유에서지만, 위의 두 가지 이유중에 전자쪽에 더 비중을 크게 두었었다. 전역 후 복학 준비를 하면서 느낀 수학 공부에의 어려움. 게다가 흥미마저 잃어버린 나의 상태에 대한 각성을 위하여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이던 중, 우연히 이 책이 내 눈에 들어왔다.
'어느 소설가의 수학 공포 극복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에서 나는 우선 '인문계열 공부를 한 사람'도 수학공부를 한다는 비상식적(?)인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인문계열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수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지만,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거의 만난 적이 없으므로 이 책의 부제는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고도 남지 않았나 싶다.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책의 내용에는 그다지 특별한 건 없었다. 수학사(라기 보다는 수학자들의 소개가 더 맞겠지만)의 나열에 반 권을 넘게 할애하고 그 뒤에는 지은이의 수학 예찬이나, 자신이 수학 공부를 한 방법 같은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수학을 싫어하는 중고등학생들이 보면 꽤 많은 도움이 되겠으나 나에게는 (수학 공부를 하는 방법이 대개 비슷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으나) 약간은 뻔한 얘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책의 내용과 효용, 양쪽 측면에서 모두 바라보면 이 책은 어느 정도의 효용은 있었던 듯 싶다. 내가 지금 공부하는 것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내용(책에서 주로 다루는 수학은 중학교 수준의 수학이다. 물론 지은이의 수학 실력은 그보다 훨씬 뛰어날테지만)이라서 학문적으로는 그다지 큰 도움은 받지 못하였으나, 나의 앞으로의 학업 생활에 어느정도의 자극은 됐다는 얘기다. 수학, 결코 지루하기만 한 것은 아닌데...
예전에 나의 전공에 대해서 고민하던 중 했던 생각이 있다. 혹여나 수학은 싫으나 꼭 수학 공부를 해야만 하는 이들에게 이 생각이 작으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수학이나 과학 공부는 인문계열 공부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따라서 자연계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틈틈이 짬을 내어 인문계열 공부를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그 반대의 것이 불가능하다(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문계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수학적 기본 지식마저 없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우리 수학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알 수 있는 분야(지식의 확장 범위)가 더 넓다. 또, 수학이나 과학 공부를 제대로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면 세계를 보는 또다른 눈이 생긴다. 매우 새로운, 또 매우 고차원 적인 그런 시각이 생긴다. 숭고를 느낀다. 허나 수학이나 과학을 모르는 사람은 이런 숭고한 느낌을 겪어볼 기회마저 없다. 그들은 인간으로서 인생을 살면서 느낄 수 있는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를 놓치는 셈이다. ∴ 전공으로 혹은 직업으로 수학을 공부할 수 있는 나는 매우 행복한 사람이다."

책 소개 감사합니다!
뇌과학과 철학의 관련성에 대한 글을 요즘 많이 접하게 되네요
꼭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뇌과학은 철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정말 매력적인 분야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바빠서 책을 읽을 겨를이 없었는데 그 사이에 뇌과학이 또 얼마나 새로운 것들을 알아냈을지 새삼 궁금해지네요.
방문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