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아르텍스 - 12건
- 2008/02/18 HD TV 문학관 <외등> - 박범신 원작 (1)
- 2006/11/19 박사가 사랑한 수식 (2)
- 2006/08/29 모파상의 ...
- 2006/07/27 쇼생크 탈출과 배틀 로얄, 그리고 희망 (2)
- 2006/07/24 HANA-BI (花火) (3)
- 2006/07/09 Humanity?? - Dogville (도그빌) (2)
- 2006/06/18 반전영화 (2)
- 2006/06/17 프레임으로 보는 세상
- 2006/06/03 저랑 취향 비슷하신 분-! (2)
- 2006/05/01 Vincent van Gogh (2)
HD TV 문학관 <외등> - 박범신 원작
오늘 본 드라마 역시 이런 류의 단편 드라마다. 박범신 원작 소설 <외등>을 드라마로 각색한 것으로 지난 2005년 5월 29일에 KBS에서 방영한 작품인데, 영우(기태영)와 혜주(홍수현)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두시간이 채 못되는 필름 안에 아릿하게 풀어놓고 있다. 여기서 드라마의 내용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그 유명한 '스포일러'가 될 것이므로 그런 얘기는 하지 않겠지만, 내가 간만에 푹 빠져서 본 사랑 이야기라는 것쯤은 적어도 되지 않나 싶다.
간만의 감동이었고 간만의 아릿함이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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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에 가깝게 한 드라마에 빠져서 보고 이 드라마에서 그리고 있는 아름다운 사랑에 마음 속 울림을 느끼긴 했지만, 애석하게도 난 이런 아름다운 사랑을 '잘' 믿지 않는다. 평생을 한 사람만을 그리며 죽을 때까지 그 사람만을 바라본다는 것. 이렇게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사랑, 그것은 허구다.
영화 혹은 드라마는 참으로 길고 긴 시간을 놀랍도록 짧게 압축해 버린다(폰부스 같은 영화나 24시 같은 드라마는 제외). 등장인물의 길고긴 일상 중에서 주제와 관련된 일들 - 예를 들면 사랑 - 만을 추려서 그 사실들만을 짧은 시간동안 나열해낸다. 영화와 드라마의 러닝 타임은 사람이 온전히 한 가지에 정신을 집중시킬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짧다. 시청자는 그 짧은 시간동안 수 개월 혹은 수 년에 걸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 중에 한 가지 (혹은 두어가지) 주제와 관련된 사건들만을 보게 되고 따라서 평소 자신의 생활에서 느끼는 것 보다 훨씬 센 강도로 그것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감동을 느끼며 그런 순수하고 아름다운 삶을 꿈꾼다. (예를 들면 순수한 사랑 같은 것들)
어떤 영화에서는 남자가 20년 동안 그 여자를 못 잊고 그 여자만 생각하며 사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일을 해서 밥도 먹고 살아야 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화장실에도 가야 하며, 술을 마신 다음 날에는 덜 깬 술과 밤새 한 오바이트로 인해 쓰린 배와 깨질듯한 머리를 움켜쥐고 고생도 해야 한다. 만약 그런 순간순간마다 옛 사랑을 생각한다면 그 때부터 그것은 애절한 사랑 이야기라기 보다는 오히려 단순한 코믹극이 되어 버린다.
세상은 매우 세부적이고 조잡하며 거추장스럽다. 그 모든 것들을 여과없이 겪어야 하는 나의 삶, 나의 일상에서는 '가장 순수한 무엇'이라는 것은 없다. 순수해질 수 있는 어떤 것들의 조각만이 짜맞춰져 있을 뿐이다. 나는 진정으로 순수한 삶을 살 수는 없다.
순수한 사랑은 허구이고, 순수한 다른 그 무엇도 허구이다. 이 모든 것들은 복잡한 세상살이 안에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내 삶의 안에서 어떠한 순수한 것만을 찾고자 하는 것은 앙꼬만 있는 호빵을 찾는 것과 같다. 호빵은 없고 앙꼬만 있는 것, 그것은 더 이상 호빵이 아니다. 내 삶도 그 안에서 어떠한 순수한 것만을 취하려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삶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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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순수한 사랑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을 많이 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순수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 자체로 매우 아름답다(혹시라도 <외등>을 보기 전에 우연히 이 블로그에 와서 이 글을 보고,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아야 겠다고 마음 먹는 누를 범하는 방문자는 없으시길..). 이 드라마를 보고 이런 사랑을 꿈꾸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드라마를 보며 그러한 환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 이것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이며 그 자체로 좋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이 바로 문학의 효용이다.






뱀다리1.
내가 원작 소설은 읽어보지 않은 관계로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내용과 원작 소설과의 차이는 알수 없다. (다시 말해 드라마와 소설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 늘 그렇듯이.)
뱀다리2.
홍수현은 참 이쁘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보면서
1. 오일러의 공식 (Euler's Formula)
2. 코시의 적분 공식 (Cauchy's Integral Formula)


(← 영화에서는 이러한 notation으로 표기)
3. 그리고, 아멜리 노통의 소설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에서 처음 알게 된, 일본의 전통 연극 '노'

를 보았다.
내가 전에 알고 있던 것을 생각지도 못한 어딘가에서 새로이 접하는 것은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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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ol
2006/12/14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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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샷 하나론 '노'의 장면이 어떤건지 짐작이 안 가는군요^ㅡ^;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은 제가 두 번째로 읽은 노통의 소설인 것 같아요. '노'에 대한 묘사도 흐릿하네요. 그나저나 바쁘신가봐요 포스팅이 저만큼이나 뜸-하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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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
2006/12/1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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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에서야 드디어 시험과 2학기와 2학년이 끝났습니다.
정말 정신없는 한 학기를 보낸 것 같네요.
블로그 포스팅도 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물론 게으름 97.8% 포함입니다 ^^;)
저도 '노'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단지 책을 읽다가 주인공(이름이 파이프였던가요..?)의 아버지가 기괴한 소리를 내지르는 일본식 연극을 한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영화를 보는 순간에 불현듯 떠오르더군요(영화에서도 기괴한(?) 소리가 나옵니다). 소설에서 사람들이 공연을 보는 것을 고통스러워 했다고 한 내용이 어느정도는 이해가 가는 장면이었습니다 ^^;
(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영화를 직접 한번 보시는 것도 괜찮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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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열정이 좋은 작품을 만든다.
이러한 열정이 훌륭한 문학을 낳는다.
이러한 열정이 완벽에 가까운 그 무언가를 이루어 낸다.
나도 이런 열정을 가질 수만 있다면...
덧. 이 글 제목의 '...' 은 그곳에 적합한 말을 찾지 못해서 비워놓은 것이다.
쇼생크 탈출과 배틀 로얄, 그리고 희망
영화 <쇼생크 탈출>에 이런 말이 나온다.
"Remember Red. Hope is good thing, maybe the best of things, and no good thing ever dies."
(기억해요, 레드. 희망은 좋은거죠. 아마도 가장 좋은 것일 거예요.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죠.)
한편으로 또 다른 영화, <배틀 로얄>에도 희망(hope)이라는 것이 나온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집에 갈 수 있다는 "한 명의 희망"이라는 것이.
<쇼생크 탈출>에서는 '희망'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고 바라는 그런 희망으로 작용한다. 앤디 듀프레인은 그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이 노력한 끝에, 결국엔 자기가 원하던 자유라는 것을 얻게된다.
반면에, <배틀 로얄>의 '희망'은 우리가 늘상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다. 그 약하게나마 존재하는 '희망'에 의해 인간의 이기심이 발현되고, 그로 인해서 영화에 나오는 많은 학생들이 같은 반 친구들을 죽이려 한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다. 더이상 우정 따위는 필요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남는 것일 뿐이다.
'근묵자흑'이라고 했던가. 판도라의 상자 안에서 끝까지 남아있던 희망조차도 결국엔 같이 있던 다른 친구들에 의해서 물들어 버린 것은 아닌지. 평소에는 인상 좋은 옆집 아저씨처럼 마냥 좋은 듯 지내다가도, 예전의 친구와 적절한 순간에 만나면 더 무서운 재앙으로 변해버리는 것은 아닌지.
'희망'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진 몰라도, 가장 좋은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쇼생크 탈출>

<배틀 로얄>
HANA-BI (花火)

Smile and Smile 이 HANA-BI 보다 좋다.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Humanity?? - Dogville (도그빌)

인간적이라는 건 무엇인가?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나 자신을 희생하고, 서로를 위하는 그런 것들...?
대개 그런 식으로 교육받고, 그것을 옳다고 여기고, 자신은 인간적으로 산다고 생각하고(혹은 믿고)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근본적으로 우리는 '인간이라는 동물'로서의 본능에 충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인간이라는 종(種)의 현존을 가능케 한 그러한 본능에...
아니, 오히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인해 우리가 더더욱 인간적이지 못한 건지도 모른다. 휴머니티? 가능할런지는 몰라도, 항상 있을 것 같진 않다.
당신이 영화 속의 그레이스라면 커튼을 걷을 것인가, 걷지 않을 것인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당신은 즐거움을 느꼈는가, 슬픔을 느꼈는가?
많은 재미있는 반전(反轉) 영화들이 있다.
디 아더스, 프라이멀 피어, 유주얼 서스펙트, 아이덴티티, 쏘우, 메멘토 등등.
그리고...
"기쿠지로의 여름"
프레임으로 보는 세상
새로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종종
"나는 사물들을 사각의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어"
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이것은 사물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을 잃어버렸음을 뜻한다.
저랑 취향 비슷하신 분-!

제가 가지고 있는 CD 중의 일부입니다.
(모양이 특이해서 일반 CD장에 넣을 수 없는 CD들...)
여기서 관심 있는 CD가 있으신 분은 저랑 취향이 비슷할 가능성이 있는 분일겁니다.
※ 사진을 클릭하시면 원래 크기대로 보실 수 있습니다.
Vincent van Gogh
그의 인생이 어땠건, 그의 성격이 어땠건, 또 그의 그림이 얼마나 많이 TV에 인용이 됐던지간에(또 그러한 점들이 내가 고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하더라도) 나는 고흐의 그림이 좋다. 미술의 '미'자도 모르는 내가 루벤스나 라파엘로 같은 화가들이 그린 '잘 그린' 그림 이외의 그림에 처음 관심을 갖게 해준 화가가 바로 고흐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그릴 수 있는 것 같은 (어찌보면 장난같은) 붓질의 흔적에, 고흐는 그림 잘 그리는 능력은 없는 화가라는 선입견을 갖고 처음 접했지만, 그건 제대로 미술 작품을 감상할 줄 모르는 어리숙한 녀석의 어리석은 생각일 뿐임을 처음으로 일깨워준 화가도 바로 고흐였다.
우리나라에서 TV든 뭐든 어떤 매체를 접하는 사람 치고는 고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흐'라는 이름의 일상성 때문에 진짜 고흐를 미처 못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단지 그 유명한 '별이 빛나는 밤'(지금 내 블로그의 배경 그림이기도 한..)이라는 그림 하나로 고흐를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 물론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그림이긴 하지만, 고흐라는 사람을 그 그림하나에만 가두어 두기엔 잃는 것이 너무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별이 빛나는 밤'에서는 볼 수 없는 고흐만의 또다른 매력이 넘치는 많은 다른 그림들이 있는데... (내가 제일 처음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던 고흐의 그림은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책(번역본) 547페이지에 있는 <생트마리 드 라 메르의 풍경> 이라는 그림이었다. 3*5 사이즈 사진 보다도 작을법한 크기에 흑백으로 인쇄되기까지 한 그림이었으나, 이 그림 하나로 나는 고흐의 매력에 푸욱 빠져버렸다.)
미술에 대해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내가 할 말인지 싶기는 하지만, 나는 미술은 아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듯, 많이 알 수록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겠지만, 아는 것은 미술품을 감상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닐 것이다. 어떤 미술품을 보면서 그 미술품을 만든 사람이 했던 생각,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면, 아니, 작가가 느낀 것이 아닌 나만의 느낌 - 작가의 그것과는 현저히 다르더라도 - 을 느낄 수만 있다면 나에게 그 미술품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굶주리고 힘든 생활을 하면서 돈도 안되는 그런 작업을 묵묵하게 해 나간 사람들. 그 사람들도 그러한 행복감 속에서 고된 현실을 견뎌낼 수 있었으리라.


반면에, 나는 순수한 삶을 사는 것도 가능하다.
내 인생에서 내가 공부를 했던 장면들과 내가 대학에 입학하는 장면들만을 추려내면, 나는 대단히 열심히 살아서 인생에, 아니 적어도 대학생이 되기까지의 인생에 성공한 삶을 산 것이고(공부를 열심히 하기 전에 많이 놀아제끼던 장면까지 더해주면 금상첨화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의 첫 만남, 같이 보낸 시간들, 헤어짐의 장면들을 모은다면 그 자체로 순수한 하나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된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 또 편집하기 나름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