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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29 블로그 분류에 관한 짧은 생각 (4)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연을 분류하기 시작한 이래로, 인류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분류하며 살아왔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을 무생물과 생물로 분류하고, 생물을 동물과 식물로 분류하고, 동물을 척추동물, 환형동물, 절지동물 등등으로 분류하고.....  그리고 분류는 알게 모르게 우리 인류의 습성이 되어버렸다.

  나도 이러한 습성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많은 분류들을 하였고, 그 중 하나가 이 블로그의 분류(category)이다. 처음 블로그를 만들 때 생각에 따라서 (그 후에도 바뀌긴 했지만) 나름의 분류를 세워놓았고 그 분류에 따라서 이런저런 글들을 올려왔다. 대체로 무난했고, 그리 큰 문제도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예전부터 약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보일듯 말듯 찜찜했던 것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으니, 이 분류체계에서 커다란 단점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그 단점이란 바로

  "분류가 사고와 글을 속박한다"

는 것이다.

  보통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는 그 분류에 맞는 글을 올리게 마련이다. 때에 따라서는 내가 정한 분류에 딱 맞아 떨어지는 글들이 쓰여질 때가 있고, 그런 경우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마음 속에 아무런 찜찜함도 생기지 않고, 마치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뒷처리가 깔끔하게(?) 끝난 듯이 기분 자체가 말끔하다. (이미 만들어진)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최상의 경우라 하겠다(글이 마음에 들게 써졌을 경우에 한해서지만).

  하지만 거미가 곤충이 아니라는 사실처럼 내 생각 전부가 그 미리 정한 카테고리 안에 레고블럭 맞추듯 딱 맞게 들어맞을 수는 없는 법. 집에서 또 밖에서 생활을 하면서 '글감'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이 수도없이 많지만, 또 그것들을 글로 써보고 싶지만, 그것에 맞는 적합한 분류를 만들어 놓지 않아서 글 쓰는 것 자체를 포기할 때가 많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 그 생각들은 날아가버리고 그것들이 유일하게 존재했던 내 머리속에서 사라졌으니 - 사라지진 않았다고 하더라도 내 의식에 잡히질 않으니 - 그것들은 이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내가 그 생각을 해냈던 시간은 철저하게 낭비된 것과 다름이 없으며, 젊은 날 한순간의 열정처럼 그 사고 자체도 그렇게 사라져버리고 만다.

  그럼 분류를 새로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분류를 무작정 늘릴 수는 없는 것이고, 항상 그렇듯 분류가 늘어날수록 다른 것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지니 때에 따라서는 지금껏 세워놓은 분류체계 전체를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도 있는 이유로 분류를 새로 만드는 것은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다. 물론 관리자의 게으름이 가장 큰 원인이긴 하지만...

  따라서 이런 이유들로, 오늘 블로그 분류체계를 대폭 감축시켰다.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아르텍스'의 하위 분류를 모두 없애고 그냥 상위 분류만 남겨놓았다. 아예 분류를 모두 없앨까 생각도 했었지만, 거기에는 또다른 반대 극단의 경우인 혼란만이 생겨날 것이란 판단하에 시도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결국 지금의 내 블로그는 7개의 분류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이대로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물론 사람 마음이란게 알 수 없는 것이므로 내일 당장 20개 이상으로 분류가 늘어날 수도 있고, 분류 자체가 없어져버릴 수도 있긴 하다)

  무언가를 떼어내 버린 셈이지만, 마음은 한결 더 가득 찬 느낌이 든다. 채우기 위해선 우선 비워야 한다고 노자가 말했던가. 무언가를 비워버림으로써 사고의 폭이 더 넓어지는 것은 결코 잃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혹시라도 이 블로그에 들르시는 블로거들 중 필요없는 분류들로 인해 고통아닌 고통을 받고 계신 분은 자신의 분류를 한 번 바꿔보는 것은 어떨는지. 훨씬 큰 자유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2006/08/29 22:02 2006/08/29 22:02
  1. 2006/09/04 1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곳의 분류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 많이 하셨나 보네요..
    전 그냥 여기 오면 전체보기로 보는데..
    딱히 무슨 종류의 글을 보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형이 쓴글을 보고싶어서 오는거니까요..

    • BlogIcon 스콜 2006/09/04 2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원래 학교에서 발표할 때도 준비하는 사람은 훨씬 많은 생각을 하고, 훨씬 많은 시간을 들이는 법이잖아.
      비록 다른 사람은 알아채지 못할지라도...

  2. BlogIcon 김용균 2008/04/30 11: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가는 글이네요.
    있으면 불편하고 없으면 아쉬운 분류, 블로그 참 어렵습니다.

    • 스콜 2008/06/30 1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글을 쓰고 난 후 2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분류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방문, 댓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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