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사랑 - 1건
- 2008/02/18 HD TV 문학관 <외등> - 박범신 원작 (1)
HD TV 문학관 <외등> - 박범신 원작
호모 아르텍스
2008/02/18 02:44
나는 주마다 혹은 날마다 하는 드라마보다는 단편으로 끝나는 드라마를 더 좋아한다 (대표적으로 드라마시티 같은 것들). 이런 드라마들은 일반 드라마보다는 덜 세속적이고 영화보다는 담백해서 마음 편하게 또 부담없이 볼 수 있다. 그래서 TV 채널을 돌리다가 이런 드라마를 하는 것을 보면 종종 채널을 멈추고 끝까지 보곤 한다.
오늘 본 드라마 역시 이런 류의 단편 드라마다. 박범신 원작 소설 <외등>을 드라마로 각색한 것으로 지난 2005년 5월 29일에 KBS에서 방영한 작품인데, 영우(기태영)와 혜주(홍수현)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두시간이 채 못되는 필름 안에 아릿하게 풀어놓고 있다. 여기서 드라마의 내용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그 유명한 '스포일러'가 될 것이므로 그런 얘기는 하지 않겠지만, 내가 간만에 푹 빠져서 본 사랑 이야기라는 것쯤은 적어도 되지 않나 싶다.
간만의 감동이었고 간만의 아릿함이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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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에 가깝게 한 드라마에 빠져서 보고 이 드라마에서 그리고 있는 아름다운 사랑에 마음 속 울림을 느끼긴 했지만, 애석하게도 난 이런 아름다운 사랑을 '잘' 믿지 않는다. 평생을 한 사람만을 그리며 죽을 때까지 그 사람만을 바라본다는 것. 이렇게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사랑, 그것은 허구다.
영화 혹은 드라마는 참으로 길고 긴 시간을 놀랍도록 짧게 압축해 버린다(폰부스 같은 영화나 24시 같은 드라마는 제외). 등장인물의 길고긴 일상 중에서 주제와 관련된 일들 - 예를 들면 사랑 - 만을 추려서 그 사실들만을 짧은 시간동안 나열해낸다. 영화와 드라마의 러닝 타임은 사람이 온전히 한 가지에 정신을 집중시킬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짧다. 시청자는 그 짧은 시간동안 수 개월 혹은 수 년에 걸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 중에 한 가지 (혹은 두어가지) 주제와 관련된 사건들만을 보게 되고 따라서 평소 자신의 생활에서 느끼는 것 보다 훨씬 센 강도로 그것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감동을 느끼며 그런 순수하고 아름다운 삶을 꿈꾼다. (예를 들면 순수한 사랑 같은 것들)
어떤 영화에서는 남자가 20년 동안 그 여자를 못 잊고 그 여자만 생각하며 사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일을 해서 밥도 먹고 살아야 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화장실에도 가야 하며, 술을 마신 다음 날에는 덜 깬 술과 밤새 한 오바이트로 인해 쓰린 배와 깨질듯한 머리를 움켜쥐고 고생도 해야 한다. 만약 그런 순간순간마다 옛 사랑을 생각한다면 그 때부터 그것은 애절한 사랑 이야기라기 보다는 오히려 단순한 코믹극이 되어 버린다.
세상은 매우 세부적이고 조잡하며 거추장스럽다. 그 모든 것들을 여과없이 겪어야 하는 나의 삶, 나의 일상에서는 '가장 순수한 무엇'이라는 것은 없다. 순수해질 수 있는 어떤 것들의 조각만이 짜맞춰져 있을 뿐이다. 나는 진정으로 순수한 삶을 살 수는 없다.
순수한 사랑은 허구이고, 순수한 다른 그 무엇도 허구이다. 이 모든 것들은 복잡한 세상살이 안에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내 삶의 안에서 어떠한 순수한 것만을 찾고자 하는 것은 앙꼬만 있는 호빵을 찾는 것과 같다. 호빵은 없고 앙꼬만 있는 것, 그것은 더 이상 호빵이 아니다. 내 삶도 그 안에서 어떠한 순수한 것만을 취하려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삶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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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순수한 사랑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을 많이 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순수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 자체로 매우 아름답다(혹시라도 <외등>을 보기 전에 우연히 이 블로그에 와서 이 글을 보고,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아야 겠다고 마음 먹는 누를 범하는 방문자는 없으시길..). 이 드라마를 보고 이런 사랑을 꿈꾸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드라마를 보며 그러한 환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 이것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이며 그 자체로 좋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이 바로 문학의 효용이다.






뱀다리1.
내가 원작 소설은 읽어보지 않은 관계로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내용과 원작 소설과의 차이는 알수 없다. (다시 말해 드라마와 소설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 늘 그렇듯이.)
뱀다리2.
홍수현은 참 이쁘다.
오늘 본 드라마 역시 이런 류의 단편 드라마다. 박범신 원작 소설 <외등>을 드라마로 각색한 것으로 지난 2005년 5월 29일에 KBS에서 방영한 작품인데, 영우(기태영)와 혜주(홍수현)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두시간이 채 못되는 필름 안에 아릿하게 풀어놓고 있다. 여기서 드라마의 내용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그 유명한 '스포일러'가 될 것이므로 그런 얘기는 하지 않겠지만, 내가 간만에 푹 빠져서 본 사랑 이야기라는 것쯤은 적어도 되지 않나 싶다.
간만의 감동이었고 간만의 아릿함이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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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에 가깝게 한 드라마에 빠져서 보고 이 드라마에서 그리고 있는 아름다운 사랑에 마음 속 울림을 느끼긴 했지만, 애석하게도 난 이런 아름다운 사랑을 '잘' 믿지 않는다. 평생을 한 사람만을 그리며 죽을 때까지 그 사람만을 바라본다는 것. 이렇게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사랑, 그것은 허구다.
영화 혹은 드라마는 참으로 길고 긴 시간을 놀랍도록 짧게 압축해 버린다(폰부스 같은 영화나 24시 같은 드라마는 제외). 등장인물의 길고긴 일상 중에서 주제와 관련된 일들 - 예를 들면 사랑 - 만을 추려서 그 사실들만을 짧은 시간동안 나열해낸다. 영화와 드라마의 러닝 타임은 사람이 온전히 한 가지에 정신을 집중시킬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짧다. 시청자는 그 짧은 시간동안 수 개월 혹은 수 년에 걸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 중에 한 가지 (혹은 두어가지) 주제와 관련된 사건들만을 보게 되고 따라서 평소 자신의 생활에서 느끼는 것 보다 훨씬 센 강도로 그것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감동을 느끼며 그런 순수하고 아름다운 삶을 꿈꾼다. (예를 들면 순수한 사랑 같은 것들)
어떤 영화에서는 남자가 20년 동안 그 여자를 못 잊고 그 여자만 생각하며 사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일을 해서 밥도 먹고 살아야 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화장실에도 가야 하며, 술을 마신 다음 날에는 덜 깬 술과 밤새 한 오바이트로 인해 쓰린 배와 깨질듯한 머리를 움켜쥐고 고생도 해야 한다. 만약 그런 순간순간마다 옛 사랑을 생각한다면 그 때부터 그것은 애절한 사랑 이야기라기 보다는 오히려 단순한 코믹극이 되어 버린다.
세상은 매우 세부적이고 조잡하며 거추장스럽다. 그 모든 것들을 여과없이 겪어야 하는 나의 삶, 나의 일상에서는 '가장 순수한 무엇'이라는 것은 없다. 순수해질 수 있는 어떤 것들의 조각만이 짜맞춰져 있을 뿐이다. 나는 진정으로 순수한 삶을 살 수는 없다.
순수한 사랑은 허구이고, 순수한 다른 그 무엇도 허구이다. 이 모든 것들은 복잡한 세상살이 안에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내 삶의 안에서 어떠한 순수한 것만을 찾고자 하는 것은 앙꼬만 있는 호빵을 찾는 것과 같다. 호빵은 없고 앙꼬만 있는 것, 그것은 더 이상 호빵이 아니다. 내 삶도 그 안에서 어떠한 순수한 것만을 취하려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삶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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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순수한 사랑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을 많이 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순수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 자체로 매우 아름답다(혹시라도 <외등>을 보기 전에 우연히 이 블로그에 와서 이 글을 보고,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아야 겠다고 마음 먹는 누를 범하는 방문자는 없으시길..). 이 드라마를 보고 이런 사랑을 꿈꾸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드라마를 보며 그러한 환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 이것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이며 그 자체로 좋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이 바로 문학의 효용이다.






뱀다리1.
내가 원작 소설은 읽어보지 않은 관계로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내용과 원작 소설과의 차이는 알수 없다. (다시 말해 드라마와 소설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 늘 그렇듯이.)
뱀다리2.
홍수현은 참 이쁘다.

반면에, 나는 순수한 삶을 사는 것도 가능하다.
내 인생에서 내가 공부를 했던 장면들과 내가 대학에 입학하는 장면들만을 추려내면, 나는 대단히 열심히 살아서 인생에, 아니 적어도 대학생이 되기까지의 인생에 성공한 삶을 산 것이고(공부를 열심히 하기 전에 많이 놀아제끼던 장면까지 더해주면 금상첨화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의 첫 만남, 같이 보낸 시간들, 헤어짐의 장면들을 모은다면 그 자체로 순수한 하나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된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 또 편집하기 나름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