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 1건

  1. 2006/12/30 자신감에 대하여 (4)

자신감에 대하여

생각 나부랭이    2006/12/30 13:49   by 스콜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에 대한 얘기들을 한다. "자신감을 가져라"라느니, "자신감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다"라느니, "남자는 자신감"이라는 등등. 그만큼 살아가는데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얘기일 것이고, 지금까지 내 경험을 비추어 보았을 때도 '자신감'이라는 것은 보다 나은, 혹은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것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살다보면 주변에서 흔히 "자신감을 가져. 넌 잘 할 수 있어"라며 친구를 위로해주는 '일상적인' 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나는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볼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저런 말을 듣는다고 해서 진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인지 하는 생각이.

  자신감이란 무엇인가?
  굳이 한자어로 풀어서 보자면 '自'(스스로 자), '信'(믿을 신), '感'(느낄 감). 즉 '스스로를 믿는 느낌'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사전에 나오는 '자신이 있다고 여겨지는 느낌'과는 약간 다른 해석일 수도 있겠으나 사실과 더 잘 맞는건 앞의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갖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나 자신을 믿는다는 것'이다. 그럼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은 어떻게 생기는 것인가? 위에서 얘기한 것 처럼 친구가 "자신감을 가져!"라고 말해주는 것을 들으면?

  비종교인이 명동 길가를 걷다가 "예수 믿는 사람은 천당에 가고, 안 믿으면 지옥에 갑니다. 여러분 예수를 믿으십시오!"라고 확성기에 대고 떠들어 대는 아저씨를 보고 단번에 종교인으로 바뀌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100명 중에서 100명 쯤은 생각이 조금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럼 왜 생각이 바뀌지 않는 것일까? 지옥에 간다는 그 무시무시한 말을 들었는데도? 그건 바로 이 시끄러운 아저씨의 말에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예수를 안 믿으면 이러이러해서 저러저러하므로 요러요러한 이유 때문에 지옥에 갑니다.' 라고 굳이 얘기를 해준다면 생각이 바뀔 여지가 조금이라도 생기겠지만 앞뒤말도 없이 다짜고짜 예수 안믿으면 지옥에 간다고 하니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이건 '이 글을 보고 다른 10곳에 같은 글을 올리지 않으면 당신 컴퓨터가 놀라 자빠집니다'라고 하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면서 흔히 보는 말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말이다(물론 이런 말을 믿고 다른 열 군데에 같은 글을 올리는 초등학생 혹은 철없는 나이든 이들도 있긴 하지만).
  친구가 "자신감을 가져!"라고 말해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여기에는 친구를 위하는, 친구를 격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을지언정, 그 말 자체만 놓고 본다면 아저씨가 하는 말과, 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말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 말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그냥 '다 잘될거야'라고 하는 'EWBF교(Everything Will Be Fine 敎)'의 제1잠언에 근거한 미신에 불과하다.

  그러면 내 인생에 커다란 도움을 주게 될 '자신감'이라는 놈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에 쓴 얘기들로 인해 대략 눈치를 챘을지도 모르겠지만, 자신감을 갖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자신감에 대한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감이라는 것이 말은 쉽지만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자신감을 가져야지, 가져야지, 난 할 수 있어, 자신감을 가져야지..' 라고 일백번 되뇌인다고 해서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내가 나를 믿을 수 있을만한 나에 대한 근거를 많이 만들어 놓은 사람만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즉, 그런 사람만이 스스로를 믿을 수 있게 된다.
  피아노 연주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려면 피아노 연습을 많이 한 상태여야 하고, 시험을 잘 볼 자신감을 가지려면 시험 보는 부분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 놓은 상태여야 한다. 여기서 연습과 공부는 자신감에 대한 근거가 되고, 그것들로 인해 비로소 나에게 '자신감'이라는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평소에는 별 근거도 안 만들어놓고 있다가 막상 뭘 해야할 때가 와서, "자신감이 최고야, 나에겐 자신감이 있어!" 라고 아무리 생각해봤자 진정한 자신감은 생기지 않는단 얘기다. 자신감에 대한 근거가 없으므로.

  자신감은 평소의 꾸준한 노력에 의해서 생기는 '과정이 필요한 감정'이지, 길 가는 예쁜 여자를 보고 생기는 호감과 같은 '단번에 생기는 감정'이 아니다. 자신감 있는 인생, 즉 보다 세상을 만만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면 그에 대한 근거를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 노력한 자에게 보답을 준다고 하는 '자신감'이라는 녀석은 그런 근거를 묵묵히 만들어가는 사람에게 손을 뿌리치는 행동 같은건 하지 않을 것이다.

2006/12/30 13:49 2006/12/30 13:49
  1. BlogIcon 인어 2007/01/03 0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 자신에 대한 근거를 많이 만들어 놓는 사람만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말에 큰 공감을 얻네요^^
    정말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가 하고 있는 작업이 옳은 작업인지 틀렸는지에 대해 판단력이 없다보니 자신감도 함께 없던거 같은데.. 점점 경력을 쌓으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오는 경험에서 오는 근거가 자신감이 되어서 밀어붙이는 경우도 생기는 듯하니깐요^^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 BlogIcon 스콜 2007/01/04 0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일까요..?

  2. SINI112 2007/03/13 00: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그동안 자신감없이 살아왔던 이유를 이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노력도 하지않으면서 계속 자신감을 가져야 겠다고 생각해왔었네요. 지금도 그런면으로 속상해서 펑펑울어버리고서 이 글을 보게 되었어요. ㅋ 이제는 부단히 노력해서 저를 믿는 마음을 키워나가려고합니다.
    나 자신에 대한 근거를 많이 만들어 놓는 사람만이 자신감을 가질수 있다. 란 말,, 맘속에 품고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스콜 2007/03/17 15:23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이 글을 쓰긴 했지만, 저 마저도 이에 맞추지 못하여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내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함을 많이 느끼네요.

      우연하게도 이 글을 보시고 위안을 얻으셨다니 제 마음이 정말 기쁩니다.
      앞으로 자신감 때문에 상처받는 일 없이 즐겁게 살아가시길 기원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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