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PE DIEM - 1건
- 2008/08/18 올림픽, 그 가운데에서
올림픽, 그 가운데에서
끄적끄적
2008/08/18 19:31

올림픽이 개막한지 열 하루가 되었다. 아쉬운 부분들도 많았지만 각 종목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선전을 해주고 있고 많은 국민들이 즐겁게 올림픽 경기를 지켜보고 있으며 나 또한 그런 국민들 중의 한 사람이다.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베이징과 우리나라의 시차가 한 시간밖에 나지 않는 덕에 이번 올림픽은 꽤나 쾌적한 조건 속에서 즐길 수가 있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오전부터 잠에 들기 전의 오후 시간까지 그 날의 경기가 모두 치러지므로 이번에는 지난 아테네 올림픽 때처럼 새벽잠을 설쳐가며 우리나라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는 일이 없다. 올림픽 경기의 스케줄이 생활 주기와 딱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생활주기와 맞아 떨어지는 이번 올림픽으로 인해 요 며칠간 내 생활은, 그 주기는 같을지언정 그 내용이 달라져 버리고 말았다.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드는 명승부들 덕에 TV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올림픽 이전보다도 10배 이상 늘어났고 그만큼 다른 일을 하는 시간은 10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이 달에 끝내려고 계획했던 공부는 아직 반도 진행하지 못했으며 다른 계획들 또한 밀려버릴 수밖에 없었다. 올림픽의 즐거움과 나의 생활 간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다.
4년마다 한 번씩 오는 전세계인의 축제, 올림픽. 자주 볼 수 없는 대회라는 희소성 때문에 그 메달의 가치는 커지고, 덩달아 그 경기를 생방송으로 보는 것에 대한 가치 또한 커진다. 아무리 명승부라도 녹화 방송으로 본다면 (비록 결과를 모른다고 할지라도) 그 재미는 반의 반 이하로 떨어지고 그로 인한 감동도 훨씬 덜하다. 거의 모든 경기들을 생방송으로 보는 것은 올림픽이 열리는 나라와 시차가 거의 없는 나라에 살며 여유있는 방학을 가진 대학생의 특권이다. '특권'이라는 말에는 그 희소성이 포함되어있고 사람들은 희소한 것들을 놓치는 것을 굉장히 안타까워 한다. 나 또한 이러한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하는 평범한 사람이며, 이 특권을 잡기 위해 요즘 내 생활의 상당 부분을 이 권리를 누리는 데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이 특권을 누리면서도 나는 마음이 불편하다. 바로 내 마음 속 두 가지 생각들의 자그마한 다툼 때문이다.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기회를 마음껏 즐긴 후 그 기간이 지나가고 나면 '해놓은 것 없음'에 대한 허무를 느끼는 것과 ⓑ흔치 않은 기회를 애써 눈감아 버린 후 시간이 지나서 '무언가를 해 두었음'에 뿌듯함을 느끼는 것 사이의 다툼. 각자가 근거를 갖고 있기에 우유부단한 나로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CARPE DIEM 과 苦盡甘來 사이의 선택은 항상 어렵다. 나는 아직도 그 답을 모르겠다.
